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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style="display:none">fiogf49gjkf0d</div>그 섬에 가고 싶다.

인도양 한 가운데 외로이 떠있는 섬, 자연과 낭만이 어우러진 섬나라, 스리랑카.  
짜디짠 포말이 얼굴을 간질이는 콜롬보 해변에 서면, 빨갛게 물드는 저녁노을 꿈꾸듯 밀려오고, 먼데 눈을 들면 사원을 향하는 맨발의 노승(老僧)이 터벅터벅 황톳길을 걷고 있다.  아! 그 섬에 다시 가고 싶다!

천진하고 순박하게 자연과 종교만을 의지한 채 살 것만 같은 섬나라, 스리랑카.
인구도 땅덩어리도 한반도의 1/3정도지만 열대 몬순 사계절이 연평균 27℃를 유지하는 나라.  천혜 자연의 섬, 여기가 바로 인간들이 꿈꾸는 낙원이 아닐는지.......

그런데 어찌하여 이 땅에 슬픈 역사의 비극이 존재하는가? 
불교도인 싱할리족(인구의 74%)과 독립을 원하는 힌두교 타밀족(약 18%) 간에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지난하게 이어지고 있다.  도대체 부처님의 대자대비하신 음덕과 힌두의 사랑실천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국방부와 인연을 맺고 대양을 넘나들던 이 나라는 나에겐 희망의 꿈나라였다.  
능력 있는 에이전트를 만나 육군참모총장, 해군참모총장 집무실을 제 집 드나들듯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비보가 날아왔으니 내가 잘 아는 해군참모총장이 시내 한복판에서 폭탄테러로 사망한 것이다.  자살테러였다.  폭탄을 실은 오토바이가 신호를 기다리던 참모총장 승용차로 돌진해 함께 폭사했다.

아, 이럴 수가!  인도양이 훤히 내려다보이던 총장실의 커다란 창, 제독의 하얀 제복위로 번쩍이던 별,  깔끔히 면도질한 은색 구레나룻은 그 자체가 제독의 위엄이었다.  이제는 당당한 풍채와 온화한 미소를 다시는 볼 수 없단 말인가.......  독립국가(Eelam) 건설을 위해 무장 투쟁하는 힌두교 단체의 소행으로 밝혀졌지만 결국 내전의 소용돌이는 더욱 거세지고 고난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스리랑카는 에이전트를 잘 선정한 시장이었다.  국제입찰비즈니스는 에이전트의 능력에서 나온다.  아직 30대 초반의 젊은 파트너였지만 그의 부친은 전직 대통령 공보비서였으며 차기 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될 것이 확실한 정계의 실력자다.  그의 처가는 스리랑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막강한 재벌가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런 배경뿐만 아니라 그의 인간적 매력이다.  빈틈없는 계획과 정확한 일처리, 친절한 용모와 예절바른 매너가 그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이 친구를 만나게 된 동기는 아주 우연한 기회였다. 이들은 원래 한국에서 자동차 부품을 수입해왔는데, 스리랑카 국방부에서 군수품입찰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한국의 수출업체를 찾고 있던 중이었다.  우리도 잘 모르는 자동차부품 업체가 우리 회사를 소개해준 것이 인연이 되었다.  때마침 우리는 시장개척에 혈안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지역이라면 최선을 다해 샘플을 보내고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하곤 했었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에이전트와 풍부한 경험을 가진 수출업체가 만났으니 그 결과는 좋을 수밖에 없었다.  시작과 동시에 첫 번째 국제입찰에서 영국, 인도, 싱가포르 그리고 국내종합상사들을 물리치고 상당량의 낙찰을 받아냈다.

나와 이 친구에게는 대단한 행운도 함께 따라 다닌다.  내가 콜롬보를 방문했을 때 그가 초대한 골프라운드에서 나는 프로골퍼도 경험하기 힘든 앨버트로스를 기록했다.  1년 후 그의 한국방문 때 내가 초대한 골프라운드에서 나는 또다시 이글이라는 진기록을 수립했다.  이 친구는 나를 싱글 골퍼쯤으로 믿고 있지만 사실 나는 보기 플레이어일 뿐이다.  아마도 앞으로 홀인원이 나온다면 틀림없이 이 친구와의 라운드에서 기록하게 되리라.

이 친구를 만난지 어느새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넘었다.  때때로 들려오는 전화목소리는 어느덧 4십 중반의 세월이 묻어난다.  한 때 꿈같은 시절이 있었고 지금은 또 그 같은 내일을 꿈꾼다.  
아! 언제나 또다시 인도양을 넘나드는 꿈길이 열릴까?  
이제는 내전의 총성이 멈추고, 평화가 파도처럼 밀려오는 섬나라를 보고 싶다.   
아! 그 섬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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