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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이순신, 위대한(?) 일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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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ogf49gjkf0d위대한 이순신, 위대한(?) 일본인
(李舜臣 將軍 白衣從軍 行路, 遺蹟 踏査記)
가뜩이나 친일파를 청산하자는 마당에 웬 위대한 일본인(?) 하시는 분들은 오해하지 마시라.
여기서 말하는 위대란, 이순신 장군에겐 거룩한 성웅(聖雄)을 일컬음이요, 일본인에겐 간덩이(肝)는 부어서 크고, 쓸개(膽)엔 바람들어 컸던 위대(胃大:밥통 큰)한 왜구를 일컬음이라.
2004년 4월 2일, 날씨도 화창한 봄날, 1박2일 일정으로 서울을 떠나 남도를 향했다.
오랫동안 별렀던 [이순신 장군 백의종군 행로와 유적지 답사]를 떠나는 것이다.
인솔자 지용희 교수를 비롯한 한국경영연구원 전용욱 원장 등 교수가 반, 기업인이 반, 모두 27명이 일행이다. 답사라는 색다른 여행에 모두가 설레는 표정이다.
내가 이 여행을 벼르고 별렀다 함은 다음의 세 가지 이유에서다.
먼저, 최근 출간한 베스트셀러 [경제전쟁시대, 이순신을 만나다]의 저자이며, 나의 서강MBA 지도교수인 지용희 교수님과의 약속이행이다. 다음은 나와 성웅 이순신과 시공(時空)을 초월한 만남을 계속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고향 충청도 아산엔 현충사가 있다. 어린시절 4월28일, 장군의 탄신일이면 나는 어김없이 현충사에 잡초를 뜯고 참배를 했다. 이순신 장군을 가장 숭배한다는 박정희 대통령의 참배로 어린 중학생들까지 사역에 동원되었고 온양중 1년생이었던 나와 장군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세월을 거슬러 세 번째 이유를 찾는다. 이순신 장군은 나의 16대조 고모부시다. 우리 집안(溫陽方氏) 족보에 장군께서는 사위(壻), 덕수 이씨 이순신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이순신 연보에도 ‘명종20년에 보성군수 방진의 딸과 결혼하다’로 기록되었으니 조상의 발자취를 더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
그렇다면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 행로와 유적지 답사에서 느낀 위대함은 무엇인가?
제일먼저 도착한 경남 산청 단성에서 장군의 대쪽같은 강직함을 발견한다. 백의종군하는 죄인의 몸으로 단 하루 밤 조차도 편히 잘 수 없다며 노비인 종의 집에서 온갖 해충에 시달리며 헛간에서 머무셨다니 새삼 옷깃을 여미지 않을 수 없다. 그 다음 진주 수곡에 이르니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농부, 어부, 종, 패잔병을 이끌고 훈련에 몰두했던 군사훈련지에선 군사들의 함성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모함과 당쟁의 희생양으로 백의종군하는 중에 선조임금의 삼도수군통제사 재수임을 받자 조정을 향해 세 번 절한 후 교지를 받았다는 손경래의 초라한 집에서 호국충신의 잔영을 볼 수 있었다. 통영 충렬사에서는 명나라 황제 신종(神宗)이 왜군을 격파한 장군의 혁혁한 전과를 기리며 보내온 명조팔사품을 보면서 명나라에서조차 존경받는 장군의 위대함을 보았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견내량에 정박하던 일본 수군을 유인, 학익진(鶴翼陣)을 쳐서 왜군을 격파한 신기(神技)에 가까운 전략 전술을 펼쳤던 한산 앞바다엔 장군께서 난중일기에 기록했던 파광(波光)이 지금도 일렁이고 있었다. 어느덧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방문지, 임진왜란의 마지막 전투지, 장군이 승리와 함께 전사한 노량해전의 관음포에 도달했다. 장군께서는 명량해전에서 패배한 뒤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병사하자 황망히 철수하는 왜군 고니시유키나와(小西行長)를 섬멸하며 200여척의 왜선을 격파하지만 끝내 전사하게 되는 관음포 앞바다에는 통곡하는 백성들의 울부짖음이 지금도 귓가에 맴도는 듯 하다. 아! 님은 가셨지만 정녕 전사였는가? 자살이었는가? 사가(史家)들의 주장도 분분하다.
이렇게 노량해전을 끝으로 임진왜란 7년 전쟁은 끝났고 또한 우리의 여행도 끝났다.
하지만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위대한 이순신의 생애와 불행한 조선의 역사에 대해서, 그리고 반복되는 역사에서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오늘의 현실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시는 지용희 교수님과 함께 여행 내내 떠나지 않는 일본인의 위대(胃大)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왜구(倭寇: 日本의 海賊)들은 7세기 이전 신라시대부터 경상, 전라, 충청, 경기, 황해, 평안 연안에 침범하여 노략질을 일삼았고, 13세기 고려 후기에 이르러 극성을 부리다가 급기야 조선조에 임진왜란, 정유재란으로 한반도를 유린하고 온 산하를 피로 물들였다. 왜구들은 식량과 문화재를 노략질하며 심지어 사람까지 잡아다 노예로 팔아먹었다.
그러나 어디 그뿐이랴, 일본인들은 한반도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과 세계를 상대로 끊임없이 싸움질을 벌이며 시커먼 뱃속을 채우려 했다. 조선을 손아귀에 넣기 위해 싸웠던 청일전쟁, 조선과 만주 분할을 둘러싸고 싸우는 러일전쟁, 중국을 통째로 먹겠다는 중일전쟁,
만주국(滿洲國)을 세워 일본, 조선, 만주, 몽골, 중국의 이른바 오족협화(五族協和)를 꾀했으며, 미국 진주만을 공격하며 태평양전쟁을 일으키고, 말레이해역에서는 영국극동군을 항복시켰고, 인도차이나에선 막강 네덜란드를 항복시켰으며,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미얀마 등을 함락시키며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 건설을 외쳐댔다. 그야말로 간덩이 붓고, 쓸개에 바람 들어 시커먼 뱃속이 커질 대로 커진 위대(胃大)한 일본인들이다.
우리는 역사에서 과연 무엇을 배우는가?
왜, 수없는 침략으로 주위를 괴롭히고, 1.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세계를 재앙에 몰아넣었던 독일과 일본은 아직도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있는가? 불연히 석양이 깃드는 남해대교 아래서 보았던 장군께서 연구개발한 총통(銃筒)과 파죽지세 왜선을 무찔렀던 거북선이 떠오른다. 아이러닉하게도 그 옆에 서있던 서양과의 교역을 금한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 척화비도 겹쳐온다. 참으로 같은 시대를 살면서 세계를 향해 통상조약을 체결했던 일본의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만일 19세기 흥선대원군이 16세기 성웅 이순신의 리더십을 벤치마킹했다면 과연 오늘날 한국과 일본의 경제력은 어떤 차이를 갖을까?
지금은 경제전쟁시대. 우리는 일찍이 세계전사에 찾기 힘든 백전백승의 성웅 이순신의 창의와 개척정신, 유비무환의 정신, 멸사봉공의 정신을 배워야 된다. 이것이 위대한 리더십, 곧 군인정신이자 기업가정신이 아니겠는가? 끊임없이 도전하고 개척하며, 인내하며 창의했던 역사에서 배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열변과 열정으로 인도해주신 지용희 교수님,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신 한국경영연구원, 1박2일 즐거움을 같이한 일행에게 감사드린다.
대진고속도로에 비치는 서산 노을이 벌겋게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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